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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제주

[제주N터뷰]싱글맘으로 다시 시작하는 '제주도 인생2막'

[제주N뉴스 = 김용현 기자] "엄마 내가 커서 회사 다니면 제주도에서 살자. 내가 예쁜 집 지어줄게"

 

8살 딸의 이 말 한마디가 망설이던 엄마를 다잡았다. 제주도 이주. 엄마는 40년 가까운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딸과 함께 제주도로 이주키로 했다. 그렇게 제주도의 편안함을 찾아 또 한 사람이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엄마는 지난해 이혼이라는 힘든 개인사를 겪었다. 아픈 가슴을 달래기 위해 남쪽 끝 섬을 찾았던 그녀는 제주도가 주는 느림과 편안함에 매료됐다. 지난 1년간 한달에 한두번은 꼭 제주도를 찾았고, 결국 그녀는 이주를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딸이 마음에 걸렸다. 제주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돼 함께 여러 차례 제주 여행을 해봤다. 어린 딸도 제주도를 마음에 들어했고, 그렇게 이주는 결정이 났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제주도에서 인생의 제2막을 열게 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제주N : 제주도는 많이 와 봤나?

 

20살 친구들과 제주 여행을 온 이후 제주도를 다시 찾은 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30대가 되서 직장 동료와의 1박2일 짧은 여행으로였다.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도 없이 쉼 없이 달려온 워킹맘에게 주어진 7년 만의 휴식이었다.

 

제주도가 예뻐서일까, 아니면 홀가분하게 온 여행이여서일까, 제주도의 모든 것들이 예쁘게만 보였다. 그렇게 짧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고 그 다음해 나는 또 제주도를 찾았다. 그때부터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제주도가.

 

그때쯤 나는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제주도의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나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N : 서울에서 40년을 가까이 살다 제주도로 이주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제주도 이주를 결심한건 막연히 제주도의 하늘과 바다가 예뻐서는 아니었다. 나는 이주를 결심하기 전까지 1년 정도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지냈다. 당시에는 이주를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그 전에 제주를 찾았을 때는 많이들 가는 애월 정도만 찾았었다. 그러다 지인을 통해 제주의 또 다른 매력을 알게됐다.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곳을 벗어나니 한적하지만 더 아름다운 제주가 있었다. 참 좋았다. 그래서 시간이 날때마다 제주를 찾았다.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10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이혼을 했다. 당시 7살 딸아이는 남편이 키우기로 해 온전히 혼자가 된 시기였다. 오랜 시간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라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인생이 끝난 것 같은 슬픔이나,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거나 하는 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게 위로 아닌 위로를 받은 곳이 제주도이다.

 

딸이 올해 초등학교를 입학했다. 아무래도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고, 그때쯤 딸이 엄마와 살고 싶다고 했다. 딸을 데리고 왔다. 부모의 이혼에 상처 받았을 딸에 마음을 보듬어주고 싶었다. 당시에는 사실 그 마음까지 헤아질 정도의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것 같다.

 

그래서 제주도 여행을 떠났고 딸이 그랬다. "엄마 내가 커서 회사 다니면 제주도에서 살자. 내가 예쁜 집 지어줄께". 딸은 제주도가 좋다고 했다. 그때였다. '정말 제주도에서 살아볼까?'하는 마음이 머릿 속을 확 스쳤다.

 

"그럼 우리 제주도에서 지금부터 살까?" 그렇게 우리는 그날 이후 제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주N : 제주는 육지와 다르다. 여행으로 오는 제주와 삶의 터전인 제주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제주도로 이주한다면 하면 보통들 주변에서 처음엔 "진짜야???"하고 놀란다. 그리곤 "부럽다. 나도 이주하고 싶어"라고 동경한다. 그 이후에는 "제주 이주가 쉬운게 아니래. 텃새도 심하고"라며 걱정한다.

 

알고 있다. 나는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지낸 지난 1년 동안 제주도는 육지와 다르다는걸 알게 됐다.

 

벌레와의 전쟁, 터무니없는 택배비, 배송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인터넷에는 싸고 이쁜 가구가 많지만 제주도까지 배송이 안된다. 습하다고 하지만 사실 여름이면 이제 서울도 많이 습하다. 바람은 좀 심하다.

 

물가 비싸다. 관광지라 외식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저녁 8시면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다고 봐야 한다. 그야말고 암흑. 오히려 나는 좋았다. 네온사인 불빛 대신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외식보다는 저녁이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요리가 늘었다. 그리고 옹기종기 앉아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됐다.

 

텃새는 글쎄...모르겠다. 제주도에 만난 이웃들은 따뜻했다. 그건 생각하기 나름인것 같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인 것 같다.

 

벌레는 정말 많다. 농가 주택에서 잠시 생활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 저기 생전 보지도 못한 벌레가 보였다. 지네와 거미는 뭐 이젠 무섭지도 않다. 약국에 참 많이 갔다. 벌레 약 사러.(웃음) 바다와 풀이 있는 곳이면 벌레는 어쩔 수 없지 않나.

 

제주N : 제주도 이주에 대해 얘기했을 때 딸의 반응은 어땠나?

 

딸이 처음 한 말이 "학교 다니고?"였다. 여행으로만 제주를 갔기 때문에 딸에게 제주는 학교 안가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이쁜 곳을 보는 곳인가 보다.

 

"제주에서 살아도 학교 가야지. 하지만 지금처럼 학원을 몇 군데나 다니고 그러진 않을꺼야" 나는 딸에게 제주도에 삶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 보다는 최대한 현실 그대로 있는 그대로 설명해 줬다.

 

제주도라고 해서 공부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 다른 방식에 자연을 배우는 공부가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딸은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 전학을 해서 새 친구들을 사귀는 것에 대해 걱정했다. 그래서 논의를 한 것이 방학 중 이사를 하고 개학과 함께 이사를 하거나, 학년이 바뀌는 새 학기에 이사하는 것이였다.

 

딸이 외할머니에게 말했다. "제주도에서 그네 탈거예요~~"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지만 딸은 벌써부터 자신만의 제주를 마음 속에 그리고 있었다.

 

 

제주N : 이주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나 혼자만 간다면 사실 뭐 더 이상 알아보고 준비할 것도 없다. 이사짐 정도. 하지만 8살 딸과 함께 이주를 해야 하니 생각보다 알아봐야 하고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우선 아이가 다닐 학교...그리고 참 무시할 수 없는 사교육 학원이다. 제주도에 이주한 이상 서울에서처럼 학원 ‘뺑뺑이’를 돌리며 아이를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다.

 

학교에 따라 주거 지역이 정해졌다. 처음에는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서귀포시 중문을 생각했다. 학교도 가깝고 마트나 병원 등 생활에 불편함이 없기때문이다. 편하기로 치자면 제주 시내가 좋겠지만 서울과 다를게 없는 시내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중문 초등학교를 알아 봤는데 전교생이 600여명. 1학년 한 반에 학생이 25명 정도나 됐다. 그럼 서울의 초등학교와 다를게 없었다. 많은 아이들 속에서 경쟁을 배우며 공부를 하는게 좋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우리 딸리 경쟁 보다 함께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어른이 되길 바란다.

 

덕수초등학교, 사계초등학교 등 제주도교육청에서 지정한 다혼디배움학교도 생각했다. 교육 환경은 마음에 들었으나 학교 주변으로 편의시설이 불편했다. 학교 하나만 보고 살기에는 무리가 있다. 불편이 쌓이다 보면 불평이고 편한 곳을 찾아 갈 수 밖에 없다.

 

중문 보다는 번화하진 않지만 마트, 병원, 우체국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 '화순'이었다. 안덕초등학교와 안덕중학교가 있고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에도, 생활을 하기에도 불편함이 없을것 같았다.

 

학교에 맞춰 근처에 있는 아파트를 알아 봤다. 제주도 이주한다고 하면 보통들 도시에서는 살아 보지 못한 잔디 마당이 있는 주택을 선호하지만 이게 얼마나 불편한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파트로 결정했다.

 

특히 모기알레르기가 있는 딸 아이에게 그마나 벌레로 부터 좀 더 나은 곳이 아파트였다. 제주는 육지와 다르게 매매 아니면 년세가 대부분이다. 전세는 거의 드물다. 연(年)세는 버리는 돈이니 전세를 알아 봤고 그래도 원했던 아파트에 전세가 몇 개 나와 있긴 했다.

 

주거와 학교에 해결되면 그 다음부터는 살면서 부딪쳐야할 일들이다.

 

제주N :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제주도로 이주하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교육일 것이다. 아이가 어떻게 커주질 바라나?

 

맞다. 나도 그 부분이 가장 고민됐다. 서울에서 다녔던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영어학원, 수학학원. 일하는 엄마 시간에 맞춰 짜놓은 학원 일정표라고 했지만 사실 내심 이 정도는 가려쳐야지 하는 마음도 컸다.

 

하지만 딸은 툭 하면 말했다. "엄마는 대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해? 또 학원 어디 다니라고? 지금 몇개나 다니는지 알아?"

 

나의 만족에 딸은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학교 잘 다니고 학원 잘 다니면 엄마가 착하다고 해주니까, 웃어주니까 딸은 자신을 위한 공부가 아닌 엄마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였다.

 

입학하고 지금까지 학교 운동장에서 체육 활동을 한 2번인가 했다. 미세먼지때문이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리고 딸은 만성 비염으로 툭 하면 코피를 흘렸다.

 

공부는 못해도 된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찾아가고 그걸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배려심이 있는 사람으로 커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딸에게 다른 세상도 있음을 알려주고 싶고 그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일단은 그 곳이 지금은 제주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