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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다이어리 제주]소담댁의 제주체류기 "이 맛에 제주 살지"

 

[제주N뉴스 = 김지원 객원기자] 결국 제주도에 내려온 것은 이 맛이었던 것 같다. 편의점 도시락을 하나 먹더라도 그림같은 자연에 안겨서 한끼를 해결하는 것. 끝없이 바다를 보면 가슴 속까지 후련해 진다. 그 후련해진 가슴 속에 채워지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이 없을 수 없다.

 

제주도로 내려오기 전까지 서울에서 10년을 직장 생활을 했다. 아침 8시30분에 출근해 6시30분 퇴근을 한다. 그 시간에 퇴근을 하면 좋은데 대부분 야근이 이어진다. 그 사이 1시간의 틈을 이용해 점심을 욱여넣는다. 첫 술을 뜨고 20분 안에 숟가락을 놓아야 커피도 한잔 마시고 간단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책상에 앉아 일을 한다. 쌓인 피로는 퇴근 후 술 한잔으로 푼다.

 

빽빽하게 채워진 지하철을 타고 지친 발걸음을 옮긴다. 이미 해는 떨어졌지만 도시 불빛은 지치지 않고 해가 뜰 때까지 도시를 밝힌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며 빌딩 숲 속에서 10년을 살았다.

 

 

도시에서 똑같이 살아온 부모님을 보고 살았고, 나 역시 그런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가끔 도시를 떠나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편리함을 잃고 살 자신이 없었다. 대형 마트가 지근 거리에 몇 개나 있고, 문을 나서면 몇시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편의점은 집 앞에서 24시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버스는 5분 이상 기다릴 일이 별로 없고, 지하철은 2분 간격으로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

 

월급은 통장을 스쳐가는 환상 속의 존재지만 그래도 그만한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나에게 서울 뿐이었다.

 

그렇게 40년을 가까이 살았을 때 쯤 한 예능 프로를 봤다. 얼토당토 않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제주에서 살아가는 연예인의 생활상은 자극이 됐다. 듣는 사람은 비웃겠지만 ‘효리네민박’은 익숙한 서울을 떠나 제주도로 향하는데 큰 영향을 줬다.

 

제주 시내와 서귀포 시내는 처음부터 이주 대상지가 아니었다. 그곳은 서울과 똑같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다. 수시로 차가 막히고, 주차는 지옥이다. 시내를 벗어난 곳, 외곽에 자리를 잡았다. 많은 육지사람이 그렇듯 마당이 딸린 바닷가 돌담집을 찾아냈다. 집이 좀 오래되긴 했지만..

 

 

처음 생활을 시작했을 때 생긴 문제는 서울에서 마지막까지 포기 못했던 편리다. 제주도는 생각보다 작지 않다. 서쪽끝에서 동쪽 끝으로 이동하려면 차로 2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런 제주도에 대형마트는 4개 정도. 시내에 몰려있다. 편의점은 오후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대부분 문을 닫는다. 남편이 새벽에 담재를 사러 갔다 허탈하게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버스는 대수도 많지 않지만 대기시간도 오래 걸린다. 첫 버스는 앱을 통해 시간을 맞춰 나가면 되지만 갈아타는 버스는 복불복이다. 식당은 8시면 상당수가 문을 닫는다. 택시는 안 잡히는 날도 상당하다.

 

불편하다. 거기에 제주도는 일자리도 많지 않다. 있다해도 급여는 서울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제는 제주도의 맛을 포기할 수 없다.

 

내 삶에 생긴 여유다.

 

동네 돌담길을 따라 걸으면 마음이 평안해 진다. 도시에 있을 때 하늘을 보고 감탄한 기억이 별로 없다. 제주도에서는 매일 감탄사를 쏟아낸다. 간단한 도시락을 싸고 언제든 바다로 나갈 수 있다. 어떤 맛있는 요리보다 맛있다. 밤에는 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펼쳐져 있고, 달빛이 조명이 돼 길을 밝힌다. 아침에 알람 대신 울리는 새소리는 기분을 좋게 한다. 저 멀리 떨어지는 노을은 집 앞 마당을 카페로 만들어 준다. 줄어든 소득은 소비를 줄이면 된다.

 

솔직히 돈 쓸 곳도 많지 않다.

 

 

아마 20~30대 초반에 제주에 왔다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육지로 돌아갔을 것도 같다. 편리하고 화려한 도시생활이 그리워졌을 것도 같다. 하지만 도시생활에 쪄들어 가고 있는 30대 중반에 찾은 제주도는 나에게 활력을 줬다. 이곳은 이제 나에게 제2의 고향이다.

 

바닷가에 살다보면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이건 나중에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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