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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지혜篇①]'서른둘' 취업·결혼 압박..도망치듯 제주행

[제주N뉴스 = 최지혜 시민기자] 으레 그렇듯 집안 언니들이 30대를 넘길 때마다 시집가라는 잔소리가 나에게로 넘어왔다.

 

늦깍이 졸업에 내돈 마련하는 것도 앓는 판에 시집이라니. 하루 넘기기가 무섭게 매번 들려오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 얼떨결에 붙은 제주도 00박물관에 가겠다고 응했다.

 

월급은 적었지만 회사 근처 봐놨던 집도 만족했고, 학예사 자격증 따는 것도 도와주시겠다니 내 인생에 계획들이 이렇게 잘 맞아 떨어질 때가 또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 도망치듯 제주도행이 결정됐다. 오랜 고민과 계획없이 급하게 정한 제주행이었기 때문일까? 이후 뭔가 계속 꼬이기만 한 것 같다.

 

한달 동안 학원일을 정리하고 집정리 옷장정리, 평생 안 돌아올 것 처럼 주변지인들께 인사를 하고 제주도로 내려왔다. 그때는 몰랐다. 금방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될 것을.

 

그 사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중문 인근 숙소를 찾았다. 장기 숙박을 할 계획이라 하루 머물며 답사도 했다. 개인룸에 개별화장실과 TV까지 갖춘 저렴한 집을 찾았다. 여성전용 셰어하우스라 마음도 놓였고, 다른 게스트와 호스트들도 마음씨가 너무 좋았다. 집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다.

 

제주도 비행기 연착이 잦은 줄 모르고 7시30분 쯤으로 예상했던 내 도착시간은 2시간쯤 늦졌다. 첫 단추부터 불안하다. 9시40분쯤에 중문관광단지 여미지 식물원 앞에서 내렸다. 가로등이 없다시피 한 제주도의 늦은 밤. 제주도 한 복판에 흔들리는 야자수를 보고 있자니 낯설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여행으로 왔을 때 낮에는 그렇게 기분을 좋게 해주던 야자수가 무섭게 보였다.

 

아직 제주도 지리가 익숙치 않은데 픽업 오시기로한 회사분은 연락이 안되고, 카카오택시마저 배신을 때린 상황. 이를 어쩌다 당황하고 있을 때쯤 회사분이 나오셨다. 구태여 미팅을 그 시간에 해야 한다고 한다. 밥 먹고 커피마시면서 수다만 3시간정도 이어졌다. 전날까지 일하고 착륙하자마자 미팅, 그리고 출근은 바로 다음 날 하란다.

 

급조된 제주행, 어안이 벙벙한 새벽 첫 출근길. 뭔가 정신은 없었지만 맑은 공기와 벌레 소리, 그리고 버스 정류장앞 귤밭은 그렇게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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